‘가짜 노동’이라는 기만, ‘핵심 업무’에 집중하라 출처: 오경민기자. 경향신문 바쁜 것이 좋고, 필요하고, 도덕적이라는 개신교적 교리는 현대 사회의 보편적 믿음이 됐다. 종교와 국가의 영향이 덜해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일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성실한 일꾼, 회사에서 중요하고 대체불가능한 직원으로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바쁜 척’을 하는 것, 즉 ‘가짜 노동’은 자신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눈치 보지 않고 할 일이 끝났으면 퇴근하기, 직장에 있는 동안은 의미 있는 일에 몰두하기, 회의를 짧게 하기, 서로에 대한 감시를 줄이고 신뢰하기, 부당한 지시에 불복종하기 등 개인적 차원의 해결책을 나열했다. 책은 낭비를 멈추고 ‘진짜 문제’에 집중할 것, 자유롭게 행동할 것을 강조한다. ‘진짜 문제’는 보고서 작성,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만들기, e메일 정리하기 등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기, 아무도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을 공부하기 등이다. 저자들은 ‘가짜 노동’에 대한 개인적인 대응책 사이에 소극적으로 ‘보편적 기본 소득’을 끼워 넣었다. 가짜 노동의 원인을 잘 설명하면서도 구조적, 거시적 차원의 해결책은 본격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노동을 측정하는 기준을 ‘시간’이 아닌 ‘실제 업무’로 대체하는 거대한 변화를 위해 개인에게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책임해 보인다. 장시간 노동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척 그만하고 퇴근하라’는 저자들의 제언을 실천할 수 있을까. 가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자음과모음|416쪽|1만6800원 어떤 양육자들은 “열심히 공부해라. 아니면 더울 때 더운 곳에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곳에서 일한다”는 말로 학생들을 얼렀다. 이들의 말 속 ‘더울 때 더운 곳, 추울 때 추운 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현장직을, 반대로 ‘더울 때는 시원한 곳, 추울 때는 따뜻한 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사무직을 암시할 것이다. 노동계급의 꿈은 사무직이었다. 그러나 사무직이 사회에 꼭 ...